씨캠 전격취재 : 내부자들⑨ <초원>

씨캠 전격취재 : 내부자들⑨ <초원>

작성자
관리자
게시일
2024. 2. 28.
분류
사람
씨캠 전격취재 : 내부자들⑨ <초원>

이번 인터뷰 주인공은 밀양소통협력센터에 마지막으로 합류한 시민협력팀 매니저 초원(유초원)입니다. 센터에서 펼치는 사업이 많지만, 특히 시민협력팀은 어마어마한 양의 사업을 쳐내는 터라 매니저 충원이 요원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적임자를 찾기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초원의 합류는 거의 극적 드라마나 다름없었습니다. 대학 시절 학문과 현실의 괴리를 접하고는 내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 행동과 실천의 영역에 뛰어들었다고 합니다. 취미는 요리와 청소. 자, 자세한 내용은 인터뷰에서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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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우선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현재 밀양소통협력센터 시민협력팀에서 ‘밀양은대학’과 ‘지역생활실험실@055’ 공모 사업을 맡고 있는 초원이라고 합니다.

초원이란 별칭은 언제부터 써왔는지요?

🌿 초원은 별칭이 아니라 제 진짜 이름 유초원을 그대로 쓴 거예요. 다들 닉네임으로 알고 계시더라고요.

앗! 그러셨군요. 이름이 초원과 잘 어울립니다.

🌿 초원은 풀의 근원 또는 뿌리란 의미인데요. 제가 꽃보다 풀을 좋아해서 이름이 마음에 들어요. 근데 저도 이름이 아닌 별칭을 써보려고 했는데 초원만큼 붙는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저랑 어울리고 나름대로 해석의 여지가 많다고 생각해서 초입에 원으로 그대로 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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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초원이 오시기 전까지 그 자리를 맡아 줄 사람을 센터에서 애타게 찾아왔거든요. 동료 모집 공고를 몇 차례 냈지만 좀처럼 채워지지 않았었죠. 어디 계시다가 이제야 나타나신 겁니까?

🌿 이곳에 오기 전에는 의성 청년마을(나만의성)의 일원으로 일해왔어요. 그 당시 제주소통협력센터로 인사이트 투어를 간 적이 있었는데 그 일을 계기로 소통협력센터 사업에 관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그래서 밀양소통협력센터의 출범 소식도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언젠가 경남권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거든요. 더구나 청년마을 사람이면 모를 리 없는 빌리가 센터장이니 당연히 호기심이 있었죠. 하지만 청년마을 사업을 진행하는 터라 움직이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 일에 지쳐 잠시 쉬어갈 요량으로 퇴사를 결심했는데, 신기하게 퇴사하는 날 밀양소통협력센터 동료 모집 공고가 올라온 거예요. (웃음)

왠지 운명처럼 느끼셨을 것 같네요. (웃음) 초원이 합류하면서 씨캠의 마지막 멤버가 채워졌지요. 그럼 씨캠이 두 번째 직장인 건가요?

🌿 아뇨. 의성 청년마을 전에는 서울의 모 비영리법인에서 연구 보조 활동 같은 걸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일할수록 ‘아! 이런 모델은 경남에서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겁니다. 그러다 사회혁신 관련한 일자리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트에서 청년마을 사업을 알게 됐죠. 평소 지역 청소년/청년들이 지역에서 잘 살아갈 방법이 뭘까에 관심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제가 사회초년생이라 혼자 해낼 방법을 모르겠는 거예요. 지역으로 가고 싶긴 한데 뭘 해야 할지 몰랐던 거죠. 근데 청년마을의 비전이 딱 제가 찾던 모델과 일치하는 점이 있었어요. 그렇다고 지역에서 지속 가능한 일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했던 건 아니고 일단은 서울을 탈출해서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재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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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셨군요. 그런데 말씀을 듣다 보니 경남에서 일하고 싶다는 말이 인상적인데 혹시 고향이 경남이세요?

🌿 네. 태어난 곳은 창원인데 마산과 진해에서 살았고, 특히 진해에서 가장 오래 살았죠. 진해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서울로 진학했다가 졸업 후 경남으로 가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거죠.

보통 고향을 말할 때는 특정 지역을 언급하는데 경남이라고 말씀하시는 게 인상적입니다.

🌿 진해에 애정이 있는데 진해가 창원, 마산과 합쳐지고 저 또한 마산과 창원에서 살았었기에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경남이라는 하나의 지역 개념이 생긴 것 같아요. 또 구체적으로 진해에서 뭘 하겠다는 상이 아직 잡히지 않아 지역을 경남을 통틀어 추상적으로 바라보는 탓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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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대학을 마친 후 영리 기업 취업보다는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면서 사회혁신이나 지역 커뮤니티 영역에 관심을 기울이고 계시는데 이른바 제3섹터를 선택한 계기가 있었을까요?

🌿 자주 우려먹는 얘기인데 제겐 터울이 많이 나는 동생이 하나 있어요. 부모님이 맞벌이 부부시라 동생 육아 전선에 고등학생 저도 분담해서 맡았었는데, 그때 육아와 돌봄 인프라의 현실을 알고 너무나 충격적이었어요.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부모를 도와 동생을 돌봐야 하는 동시에 공부도 잘 해내고 싶었거든요. 그런 상황 탓인지 사회학을 전공하고 싶었어요. 사회학을 배우면 노동과 돌봄에 얽힌 사회 구조를 파악해 지금 내게 당면한 삶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그런 저의 바람은 개강하자마자 바로 깨져버렸죠. 하지만 학문으로 내 삶의 문제를 풀어보자는 의지는 남아있어 복수전공으로 심리학을 선택했죠. 심리학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성학과 연결되고, 여성학은 다시 비거니즘이나 장애학 등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더라고요. 그러다 졸업했는데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또 육아 돌봄 전선에 뛰어들게 될 것 같아 일단은 서울에서 버텨보기로 했어요. 문제는 그러려면 돈이 있어야 했고, 또 안정적 주거가 필요했죠. 그런데 아시다시피 서울의 집값은 정말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비정상적으로 비쌌어요. 그러다 청년주거 커뮤니티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을 알게 됐죠. 이런 식으로 제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적 방식을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시민단체 활동이나 사회혁신 쪽으로 관심을 옮기게 된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스스로 진짜 사회학의 길을 찾으신 거네요. 그럼, 사회인으로 서울에서 지낼 때 청년 당사자로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 제가 일했던 서울의 일자리는 지속 가능하지 않았어요. 말하자면 임시계약직이었는데 그렇다고 그런 현실이 딱히 힘들거나 그렇진 않았어요. 왜냐하면 대안이 많았거든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주거 문제를 고민하다 달팽이집을 알게 됐듯이 일자리가 당장 없더라도 좀 찾아보면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정책이나 참여해 보고 싶은 활동들이 많았거든요. 저는 나름대로 공공 정책의 혜택을 많이 누렸던 것 같아요.

다만, 왜 이 모든 혜택이 서울에만 집중됐는지는 의문이었어요. 친구들의 경우 부산이나 대구 같은 대도시에 많이 사는데 부산이나 대구조차 달팽이집 같은 청년 주거 시설이 없고 일자리도 부족해 서울로 가야 할 경우가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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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협력센터에서 맡은 일은 재미있으세요?

🌿 네. 만족하고 있습니다. 지금 맡은 ‘밀양은대학’은 크게 탐구학교, 연결학교, 틴즈랩으로 이루어졌는데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사업 규모도 작지 않아 경험할 수 있는 일의 스펙트럼이 넓어 오히려 많은 걸 배우고 있습니다. 이것 말고도 ‘지역생활실험실@055’에서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소통협력센터 사업 말고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 소통협력센터 사업은 사업 기간이 정해진 일이라 또 다음에는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은 아빠를 기록하는 작업이에요. 아빠는 제조업을 하시는데요. 그래서인지 눈에 보이는 걸 만들어 내는 일에 자부심이 있어요. 하지만 언젠가 은퇴하시면 일을 이어 나갈 사람이 없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틈틈이 아빠가 일하는 모습을 기록하고 아빠의 생각을 정리한 인터뷰집 같은 걸 만들어 보고 싶어요.

제가 태생은 굉장히 안정적인 걸 추구하는 스타일인데 어쩌다 보니 이곳저곳 계속 이주하는 삶을 살고 있어요. 진해에서 서울, 서울에서 의성, 의성에서 밀양을 거치다 보니 힘든 구석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부모님도 이주자이셨던 게 새삼 떠오르더라고요. 그들도 젊은 시절 이주해 와서 적응하느라 애쓰셨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을 겁니다. 또 아빠는 어떤 연유로 이주해 진해에서 제조업을 하게 됐는지 그런 이야기를 담다 보면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넘어 더 다양한 이야기와 연결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초원님은 잘하실 것 같아요. 우선 아버지의 기록을 꼭 완성하길 바랍니다. 기획이 좋아 보입니다.

🌿 앞으로 지금처럼 중간지원조직에서 일을 할 수도 있지만 글쓰기를 좋아해서 이런 작업을 시작으로 갈고 닦아 나가면 새로운 기회를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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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님은 퇴근 후 혼자 있는 시간에 주로 뭐 하세요?

🌿 친구들과 영상 통화를 많이 해요. 각자 다른 지역에 떨어져 살기도 하고 제가 얼굴 보고 통화하는 걸 좋아하기도 해서요. 그리고 요리를 좋아합니다. 사실 제가 만성적 긴장 상태인 편인데 요리는 예열하는 시간도 필요하고 재료도 하나씩 다듬어야 하고 얼린 재료는 녹여야 하는 등 시간을 견뎌야 하잖아요. 그런 시간을 기다리다 보면 만성적 긴장 상태를 벗어나게 돼 요리를 자주 합니다. 그리고 청소도 자주 하고요.

혼자 있는 시간에 가사 노동을 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근데 갑자기 프라이팬에서 볶는 양파 냄새가 팍 올라오는 느낌도 드네요. 왠지 평화로운 향기랄까.

🌿 재미있어서 하는 거예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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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항상 여러분께 드려왔던 질문인데 밀양에서 뽑은 맛집 베스트가 있다면?

🌿 신삼문동에 있는 ‘송혜정 보리밥’이라고 있는데 제가 밀양에 와서 가장 처음으로 간 식당이에요. 메뉴를 잘 고르면 비건식이 가능하고, 사장님도 엄청 친절합니다. 그리고 페스코라면 ‘바담’의 동죽 칼국수, 내이동 ‘동화반점’의 삼선우동도 추천합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담만두’ 떡볶이!

넵. 수고하셨습니다. 앞으로 밀양에서 좋은 추억 많이 쌓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interviewed by ☕소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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