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3.
C.STATION 1기, 공주에서 밀양을 생각하다
밀양소통협력센터에서 펼치는 사업 중에 ‘로컬의 발견:C.STATION’이란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우선 밀양 바깥의 사람이 밀양에 체류하며 밀양의 가치를 발견하는 트랙이 있고, 밀양 사람이 타지역을 방문해 밀양이 매력적 도시로 변화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모색해보는 트랙으로 짜여있다.
지난 10월 27일, 1박 2일 일정으로 로컬의 발견 탐방형 프로그램 1기의 공주 퍼즐랩 탐방이 있었다. 퍼즐랩은 쇠락했던 공주 원도심 봉황동 제민천 일대를 로컬의 영토로 하나씩 바꿔나가는 로컬브랜딩 종합기획사라고 할 수 있다. 밀양 탐방팀이 공주 지역을 선택한 이유는 첫째, 밀양과 공주는 인구가 10만 수준으로 비슷하고, 둘째 밀양 원도심에 해천이 흐르듯 공주 원도심에도 제민천이 있어 도시 구조의 맥락이 유사한 점. 셋째로는 공주 원도심의 변화를 이끈 퍼즐랩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하는 데 있었다.
개인적으로 제민천은 1년 만의 방문인데 1년 사이의 변화가 눈에 띄었다. 마을 스테이 선택 폭이 늘어났고, 공주 청년마을 ‘자유도’ 참가자가 공주로 이주해 새로 시작한 편집숍 ‘단편선’이 새로 생겼다. 또한 한옥 갤러리 ‘마주안’의 완성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주안은 3.1 만세운동이 일어났던 해인 1919년에 지어진 한옥을 되살린 공간으로 무려 104년이란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다. 탐방팀과 함께 방문했을 때 마침 전시를 마친 현대미술 작품이 걸려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니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공간으로서 존재감을 더욱 실감!
그밖에도 제민천 커뮤니티를 지탱하는 동네서점 ‘가가책방’ 와인숍 ‘크림’ 그리고 정해진 게 없는 묘한 공간 ‘미정작업실’과 동네 건축가 김광호 선생의 아뜰리에이자 마을 공유지 ‘아카브’를 돌아봤다. 특히 아카브는 이번 탐방 때 퍼즐랩의 강의와 조별 토론이 이뤄진 곳인데 건축가의 손길을 구석구석 느낄 수 있는 디테일과 안락한 분위기가 압권이라 할 수 있다.
쇠락한 지역을 되살려 마을 방문자를 늘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좋은 사람, 좋은 커뮤니티, 좋은 장소, 그리고 좋은 콘텐츠가 있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걷기 좋은 길이 있어야 한다. 걷기 좋은 길과 로컬 콘텐츠가 결합하는 순간 그 길은 걷고 싶고, 찾고 싶은 ‘장소’로 거듭난다.
이처럼 걷고 싶은 길이 있으면 잠시라도 쉴 곳을 찾게 되고, 쉬다 보면 하루 머물고 싶어진다. 특히 젊은 세대는 기존의 숙박 시설과 다른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곳을 선호하는데 이에 따른 단기 숙박 한달살이를 위한 장기 숙박 또는 워케이션이 가능한 스테이 공간이 필요하다. 더불어 건축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렇게 머무는 사람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이는 다시 자연스럽게 새로운 일로 연결된다. 마을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
퍼즐랩은 이런 사실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한옥 게스트하우스 봉황재를 시작으로 마을스테이 사업으로 진화해나갔다. 현재는 마을이 하나의 호텔로 연결하는 알베르고 디푸소 모델이 완성되었는데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봉황재 이후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스테이 공간을 마련한 데 있다. 현재는 봉화재를 비롯해 버드나무빌, 커뮤니티호텔 슬로크루즈, 오월시점 등 성격이 다른 스테이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재밌는 건 예전 노인회관을 10년 무상으로 임대해 노는 사람들의 회관이란 의미의 ‘노인회관’으로 재탄생시켜 마을스테이의 컨시어지와 라운지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점이다. 당연히 호텔 조식은 마을 내 식당을 연계해 제공한다.
이처럼 봉황동 제민천 일대에는 다양한 형태의 숙박 시설과 즐길 거리, 먹거리, 볼거리 등의 로컬콘텐츠에 소규모 커뮤니티가 결합하면서 로컬브랜딩이 되고 있다. 따라서 방문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이며 그중에서 장기 체류자를 비롯한 이주자가 생겨나고는 한다. 다시 말해 제민천 일대는 퍼즐랩이 벌인 일련의 활동으로 관계인구 또는 생활인구를 확산하는 거대한 로컬플랫폼으로 진화한 것.
이런 공주의 모습을 보면서 밀양 탐방팀은 저마다 밀양 해천길 일대에 우선 필요한 요소는 머물 곳이라고 입을 모았다. 해천길이 있는 동가리 골목 일대는 과거 밀양대가 있었던 시절 번성했던 곳으로 지금은 침체한 구도심이다. 현재 밀양소통협력센터가 밀양대 3호관을 소통협력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사업을 벌이고 있어 앞으로 구도심의 활력을 되찾는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밀양 해천길도 앞으로 변화할 잠재력이 충분한 곳이라 할 수 있다. 공주를 부러워하는 마음도 있었겠지만, 공주 방문을 기점으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밀양만의 개성은 무엇인지, 밀양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등을 새삼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된 탐방이었다. 해천의 진화가 벌써 기대된다.
[모집] <C.STATION 탐방형 2기 – 전주&완주편>
written by 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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