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캠 전격취재 : 내부자들⑥ <달섭>

씨캠 전격취재 : 내부자들⑥ <달섭>

작성자
관리자
게시일

2023. 11. 28.

분류
사람
씨캠 전격취재 : 내부자들⑥ <달섭>

창원시 진해구에서 밀양소통협력센터까지, 대중교통을 통해 하루 왕복 5시간 걸려 출퇴근하는 사람이 있다. 오늘 인터뷰로 만나볼 달섭이 그렇다. 그에게 직주·직락은 관심 밖 사안이다. 대신 그는 열차와 버스 안에서 보내는 5시간을 자기계발에 온전히 쏟는다. 이때 읽어야 할 책과 논문을 읽고, 사색하기도 하고 새로 장만한 아이폰15 프로맥스로 세상일을 스캔한다. 물론 SNS에 어제 갔던 맛집 소개를 올리는 것도 잊지 않는다. 라면 덕후로서 언젠가 시골에서 라면가게를 차리겠다는 그를 지금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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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밀양소통협력센터 공간기획팀에서 일하는 엄문섭입니다. 닉네임은 달섭입니다.

달섭이란 닉네임은 어떤 뜻으로 지으신 건가요?

처음에는 단순한 생각으로 지었어요. 이름이 ‘문섭’인데 문은 영어로 달(moon)이기도 해서 ‘달섭’으로 했습니다. 문섭보다는 달섭이 뭔가 친근한 느낌도 있어 밀양이랑 어울릴 듯싶었어요. 그리고 요즘 제가 많이 생각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사회의 변화를 일으키는 어떤 요인이나 경향으로서 ‘흐름’입니다. 그래서 닉네임에 의미를 하나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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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미인가요?

그거 아세요?! 흐름을 만드는 건 태양이 아니라 달입니다.

네네?

달의 인력이 조수간만 차를 만들잖아요. 밀물과 썰물.

오호! 갑자기 지구과학이 확 치고 들어오네요. (웃음) 하지만 소통협력센터에서 하시는 업무나 취지에 너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특히 우리가 또 해천에 목숨 걸지 않습니까?

최근에 이게 생각이 났어요. 이름 먼저 짓고 이렇게 의미를 더해도 괜찮겠다 싶더라고요.

멋집니다. 그럼 소통협력센터에는 언제 합류하셨어요?

올해 3월입니다. 그때 입사 동기가 토브와 루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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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멤버셨군요. 소통협력센터에 합류한 계기도 궁금하네요.

종종 듣는 질문인데요. 그때마다 대답은 똑같아요. 첫째는 ‘공유를위한창조’가 맡은 사업이기 때문에 지원했어요. 함께 일해보고 싶었거든요. 다행히 합격해서 지금 이렇게 일하고 있고요. 두 번째는 폐교된 밀양대학교 건물을 활용해 무언가를 한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사실상 이 두 가지 이유가 지원하게 된 결정적 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공유를위한창조’는 어떻게 알게 됐는지요?

공유를위한창조를 모를 수 없죠. 그냥 어디를 가든 빌리(박은진 센터장)가 있었어요. 빌리가 거제에서 청년마을을 하고 있을 때 사례지 탐방 갔다가 처음 알게 됐는데, 그 후에도 경남권에서 벌어지는 강연이나 회의자리 또는 멘토링 자리에 가면 빌리가 꼭 있었어요. 제겐 거의 연예인 수준이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웃음)

그렇다는 말씀은 졸업 후 쭉 로컬 사업 쪽에서 일해왔던 얘기네요?

로컬 사업이라고 말하긴 그렇지만 일단 로컬을 매개로 일하고 있었어요. 대학 졸업 무렵 한창 뭐 먹고 살아야 할지 고민할 때 전라도 무주에서 진행하는 ‘인터넷 드림마을’이란 디지털 디톡스 캠프 프로그램에 멘토로 참여한 적이 있었어요. 그리고 학교 다닐 때도 청소년을 상대로 한 리더십 캠프 같은 프로그램에서 멘토링을 했던 경험이 있는데 제 마음 어딘가에서 그런 교육이나 혁신이란 가치를 지향했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는 아예 사업자를 내서 창원대학교 인재개발원과 대학생 취·창업 멘토링 사업을 진행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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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전선에 일찍 뛰어들었군요.

그런 셈이죠. 그렇게 교육혁신 사업 쪽에서 일하다 한 문화기획자 선생님을 만나 그분이 진행하는 문화도시, 도시재생 기본계획 수립, 양성 교육, 행사, 회의, 컨설팅 등 다양한 업무 운영을 지원하며 옆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어요. 그 후 창원과 진해에서 일하다 밀양에 합류했습니다.

학교 졸업할 무렵 다들 진로 문제로 고민하지만, 일차적으로는 대부분 서울이나 부산 또는 대구 같은 대도시로 나갈 생각을 하잖아요. 그런데 달섭은 그런 생각을 안 해보신 것 같아요. 바로 지역에서 창업해서 로컬 사업을 벌였어요.

그건 아니에요. 저는 지금도 해외로 나가 일해 볼 생각을 하고요. (웃음) 아니면 서울이나 부산에서도 일해보고 싶어요. 누구나 마음속으로는 그런 열망이 있잖아요.

지금 대학원에도 다닌다고 들었는데 대학원에 진학하게 된 계기가 있었을까요?

석사라는 타이틀이 탐났다기보다는 제가 졸업 후 바로 현장에서 일하면서 업무를 익히다 보니 뭔가 이론적으로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 같은 걸 많이 느끼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마침 제가 찾던 교수님이 창원대에서 관련 전공 대학원 과정을 열었다는 걸 알게 돼 지원했습니다.

전공이 뭐라고 그러셨죠?

...음. 잠깐만요. (뒤적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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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아니 설마 전공이 무언지 못 외우시는 건가요?

잠깐만요. 못 외우는 이유가 다 있어요. (열심히 검색 후) 문화융합기술협동 과정입니다. 지금 2학기 마쳐가고 있어요.

문화융합기술협동 과정이었군요. 저 같아도 못 외울 거 같네요. (웃음) 그럼 지금 일하랴 공부하랴 무척 힘드실 것 같은데 다녀보니까 어떠세요? 도움이 많이 되나요?

너무너무 재밌어요. 공부가 재미있어 다행이에요. 다행히 밀양소통협력센터의 유연 근무제 덕분에 공부를 다시 할 수 있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달섭은 여전히 진화하고 성장 중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네요. 지금 밀양소통협력센터 공간기획팀에서 그토록 바라던 빌리를 옆에서 보며 일하게 된 거예요. 막상 일해보니 어떠셨나요? 예상했던 것처럼 업무가 본인에게 잘 맞고 또 잘 해내고 계시는지요.

공유를위한창조 노션 페이지 어딘가에 이런 말이 올라와 있어요. 저는 지금도 그 말을 따르고 있는 편인데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을 먼저 해라.”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해야 할 일을 해야 하는데, 바로 해야 할 일이라는 게 공간기획 업무인데 제가 처음 겪어보는 일이거든요. 다행히 그쪽 전문가인 쌤도 있고, 경험이 풍부한 토브도 함께 있어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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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기획팀에서 펼치는 사업이 상당히 많기도 하고 또 만만치 않은 프로그램으로 구성돼있던데 주로 어떤 사업을 담당해 오셨어요?

공간기획팀 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요. 밀양대학교 공간을 활용하는 프로그램과 생활권 로컬브랜딩 사업입니다. 저는 생활권 로컬브랜딩 사업 중에서 해천 일대에서 벌어지는 프로그램을 맡고 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진행한 프로그램이 너무 많은데 아무래도 최근에 했던 ‘해천운동회’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해천운동회’는 각 팀에서 TF팀이 꾸려지고, 협력매니저 조약돌이 총괄 PM으로 참여를 했었어요.

해천운동회는 밀양시민에게 소통협력센터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낼 수 있는 계기가 됐었죠. 그러면 앞으로 달섭은 로컬브랜딩 사업을 계속 전개해야 할 텐데 달섭이 보기엔 밀양은 어떤 도시라 할 수 있을까요? 그동안 지내왔던 진해나 창원과는 많이 다를 것 같은데요.

처음에 밀양은 군 느낌이 많이 났어요. 제가 밀양에 처음 와서 놀란 점은 버스 환승 할인이 안 되는 거였어요. 부울경이나 창원, 대구 같은 경상권 도시에서는 환승 할인을 받을 수 있는데 왜 밀양만 안 되는지 아직도 궁금해요. (웃음) 그리고 밀양은 배려의 도시인 것 같아요. 어딜 가든 다 친절하고 양보도 잘해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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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식당이야 말할 것도 없고 택시를 타고 그렇고 편의점을 가도 모두 친절합니다. 더구나 그 친절함이 어떤 도시의 프랜차이즈 서비스 매뉴얼에서 나오는 친절과는 완전히 달라 더 편안하더라고요. 문제는 밀양대학교가 없어진 이후 청년 유입 요소가 사라졌고, 더구나 밀양 청년들조차도 외부로 유출되는 상황이죠. 이게 가장 큰 문제 같은데 청년 당사자이기도 한 달섭이 보기에 밀양이 젊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오히려 유출됐기 때문에 앞으로 청년들이 돌아올 여지가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본질적 질문일 수도 있는데 반드시 지역에 ‘청년’이 유입돼야만 할까요?

(쫑긋) 새로운 관점이네요.

그러니까 청년들을 유입한다기보다는 굳이 연령대를 구분하지 말고, 특출난 콘텐츠를 가진 사람을 오게 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만약 청년을 모아왔다 치더라도 그들에게 뭘 해줄 건지 구체적으로 정책을 수립하기가 어려워 보여요. 왜냐하면 청년의 실체가 단순 연령으로만 구분했으니 모호할 수밖에 없다고 봐요. 그래서 결론도 모호하게 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특출난 콘텐츠를 가진 사람이라면 예를 들어 어떤 사람입니까?

지금 밀양소통협력센터도 예로 들 수 있을 거 같아요. 어떻게 보면, 밀양소통협력센터가 밀양에 생겼기 때문에 ‘더가능연구소’가 밀양의 관계안내소 연구를 하게 된 거 아닐까요? 뿐만 아니라 지난번 컨퍼런스 때도 느꼈지만 밀양소통협력센터의 활동 덕분에 많은 로컬 전문가를 비롯한 활동가, 연결 기획자 등 각자의 콘텐츠를 명확히 가진 사람이 기꺼이 밀양으로 모여 지역에 필요한 점 하나씩을 만들어지고 그게 이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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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안내소 얘기가 나온 김에 얘기를 이어나가 볼까요? 그렇다면 밀양 관계안내소는 어떤 전략으로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하세요?

일단, 관계안내소는 매우 좋은 사업이라고 생각해요. 관계안내소는 지역의 다양한 콘텐츠를 알려주고, 초대하는 역할을 하며 느슨한 연결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 연령이나 취향 아니면 사업 니즈에 따라 콘텐츠를 세분화시켜 운영하는 게 좋겠죠. 특정 ‘연령 세대만’을 목표로 한다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관계안내소는 밀양 내에 만드는 게 좋다 또는 밀양 바깥에 만들어야 한다 아니면 아예 관계안내소는 무형의 프로그램이어야 한다 등 많은 아이디어가 있는데 달섭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관계안내소는 무조건 명확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모호해질 거 같아요.

그럼 밀양 관계안내소는 어디에 만드는 게 좋을까요?

밀양 시내 말고 외곽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우리가 어디 다른 지역에 놀러 간다고 했을 때 시내만을 보러 가지 않잖아요. 시내 모습은 밀양이든 거창이든 산청이든 큰 차이가 없거든요. 물론 서울, 부산 등 대도시는 예외지만요. 자신의 지역에도 있는 걸 굳이 밀양까지 보러 오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따라서 관계안내소는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밀양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가 있는 곳에 관계안내소를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래야 관계안내소를 통해 자연스럽게 밀양 시내로 관계인구가 유입되도록 하는 흐름을 만들 수 있을 거 같아요.

관계인구 정책이란 어떻게 보면 외지 사람을 불러오는 거잖아요. 다시 말해 정주인구를 위한 인프라는 시내에, 관계인구를 위한 인프라는 외곽에 설치해 타지역으로 놀러 갈 밀양시민을 밀양 내부에 머물게 하는 동시에, 관계인구와 소통할 수 있는 흐름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관계인구가 정주인구로 연결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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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신한 발상입니다. 앞으로 달섭은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혹시 <세 얼간이>란 영화 보셨나요? 인도 영화인데 그 영화를 보면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학교가 있어요. 그 학교처럼 대입에 얽매이지 않고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상상하고 실천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교육 사업일 수도 있고 사회혁신 사업일 수도 있는데 아직은 명확하게 정의를 못 내리겠어요. 앞으로 차차 스스로 정의를 내려야겠죠. 지금까지 생각한 가장 유사한 모델은 포틀랜드에 있는 학교랑 미네르바 대학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해천 일대에서 창조적 커뮤니티를 만들려고 하고 있는데 지금 얘기를 나누다 보니 제가 생각하는 학교와 맞닿아 있는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 꿈을 꾸고 계시는군요. 마지막 질문인데 일 말고 좋아하는 거나 평소 즐기는 취미가 있다면?

일단 기본적으로 세상일에 관심이 많아요. 그리고 멍때리는 걸 좋아합니다. 제가 멍때리면서 본질에 대해 생각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다음은 라면을 좋아합니다. 기회가 되면 언젠가 시골에서 라면 가게 하고 싶어요. 또 아카이브 하는 것도 좋아해요. 제게 아카이브 작업은 좀 더 부지런한 사람이 되고 싶은 방편이기도 해요. 어떤 기록이든 꾸준하게 쌓으면 언젠가 뭐든 된다고 하잖아요. 그 외에는 그냥 OTT통해서 방송 즐겨봐요. (웃음)

그러면 진짜 마지막 질문. OTT에서 최근에 재밌게 본 거 하나만 추천해 주세요.

요즘은 소보로가 추천한 디즈니플러스의 <비질란테>를 보고 있어요. 꼭 보세요! 너무 재밌게 보고 있어요.

오늘 인터뷰 수고 많으셨어요. 감사합니다!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달섭과의 대화는 계속됐다. 아! 그러고 보니 <비질란테> 주인공이랑 헤어스타일이 비슷한 듯.

interviewed by ☕소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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