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로컬벤처협의회의 발자취_행동하는 사람을 연결하고, 지역에서 매력 있는 일을 만든다

일본로컬벤처협의회의 발자취_행동하는 사람을 연결하고, 지역에서 매력 있는 일을 만든다

작성자
관리자
게시일

2023. 11. 30.

분류
칼럼
일본로컬벤처협의회의 발자취_행동하는 사람을 연결하고, 지역에서 매력 있는 일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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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0일과 11일, 밀양 소통협력공간 조성 사업대상지 구 밀양대학교에서 ‘2023 로컬브랜딩 협업콘퍼런스/연결하는기획자의[언]컨퍼런스’ 행사가 있었다. 한 해 동안 밀양소통협력센터가 펼쳐온 사업을 소개하고, 전국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연결기획자와 로컬크리에이터가 한데 모여 서로의 활동상을 공유하며 네트워킹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이번 행사에서는 일본 지방창생 정책과 관련한 활동에 매진하는 일본 연사 세 분을 모시기도 했는데, 오늘은 지면을 빌려 행사장에서 못다 한 기무라씨의 뒷이야기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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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라씨는 NPO법인 ‘에틱(ETIC)’의 코어스탭이자 일본로컬벤처협의회 사무국장으로 ‘사람을 키우는 협업사례’란 주제로 첫째 날 발제를 맡았었다. 이번 발제로 그는 일본 로컬벤처의 발자취를 개괄하고, 로컬벤처가 사람을 키우면서 지역변화를 이끈 사례로 주목받았다. 로컬벤처란 개념은 일본의 지역 관리회사이자 로컬벤처회사이기도 한 에이제로(AO) 대표 마키 다이스케가 만들었다. 간단히 말해 ‘소셜+로컬=지역 가치 창출’을 목표로 하는 지역재생 관련 지역 기업을 일컫는데 에틱의 주도로 2016년 ‘일본로컬벤처협의회’가 출범해 현재 일본 전역에서 지역과 사람을 잇고 지역과 로컬벤처를 지원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창업 30년이 된 에틱은 일본경제 버블붕괴 후 이른바 ‘잃어버린 10년(현재는 잃어버린 30년이라고 쓰기도 함)’을 지나오며 IT와 인터넷 시대, 신자유주의 가속화에 따른 글로벌 금융 자본주의 심화를 목도했다. 한편으로는 수도권 인구집중과 가파른 인구감소 본격화로 지역의 지속가능성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특히 2008년 리먼 쇼크와 2011년 동일본대지진은 일본 사회는 물론 경제 체제까지 ‘로컬’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됐다. 다시 말해 도시 자본주의 시스템의 한계를 몸소 체험한 사람들이 자연이나 커뮤니티의 소중함을 깨닫고 로컬의 자원을 발굴하면서 지역에 새로운 비즈니스를 전개하고자 했다.

이처럼 초단기적 무한의 이익을 추구하는 금융 자본주의가 아니라 자연 자원과 문화 자본 그리고 사람을 연결하는 사회 자본을 활용하는 새로운 경제 사고방식이자 삶의 존재방식을 생각하게 됐는데, 그것이 바로 마키 다이스케가 말하는 ‘로컬벤처형 경제’이다. 기무라씨는 “일본 로컬벤처는 IT벤처처럼 수십억, 수백억이 오가는 사업이 되지는 않지만, 지역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벌이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면서 아울러 로컬벤처는 “행정 지원에만 매달리는 도시형 공공사업이 아닌 행정과 민간이 함께 하는 협업 방식의 새로운 공공을 창조해 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에틱은 로컬벤처 육성 창출을 지방창생 전략의 핵심으로 삼는 지자체를 연계하고 로컬벤처 시장을 키워나가는 것을 목적으로 2016년 9월 로컬벤처협의회를 설립했다. 시작은 마키 다이스케가 창업한 에이제로의 니시아와쿠라 마을의 숲학교였다. 일본로컬벤처협의회는 현재 일본 13곳 지자체와 계약해 중간지원조직으로서 지역 활성화의 매개자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에 기무라씨는 “행정에서 절대로 넘을 수 없는 벽인 전문성, 연속성, 평등성 세 가지 요소를 중간지원조직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참고로 일본 로컬벤처의 사업을 자세히 알고 싶다면 마키 다이스케가 쓴 《창업의 진화》(더가능연구소)를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도 여러 부처에서 나름 지역 활성화 정책을 펼치고 있고 중간지원조직과 협업하는 형태도 많다. 하지만 정권이나 지자체장이 바뀌면 사업 방향이나 성격이 달라져 사업의 일관성이나 지속성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이에 대해 기무라씨는 “일본에서 중간지원조직은 독립성을 유지하며 사업을 펼치기에 담당 기관장이나 정부의 방침이 바뀌더라도 크게 영향받지 않는다”며 중요한 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조례를 만들어 지자체장이 바뀌어도 정책이 바뀔 수 없도록 한 시마네현 운남시 사례도 좋은 방식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중간지원조직이 해야 할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지역에서 청년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믿고 지원해 주는 것이라고 기무라씨는 재차 강조했다.

밀양소통협력센터는 알려졌다시피 구 밀양대학교 자리에 거점 공간을 구축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진짜 중요한 건 밀양이란 도시를 하나의 교육과 창조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더가능연구소와 함께 관계인구를 비롯한 관계안내소 연구를 해오는 과정에서도 밀양이 교육의 산실이었다는 장소성을 되찾는 일의 중요성을 확인한 바 있다. 기무라씨는 에틱이 오치랩과 일본 미야기현 게센누마시에서 펼친 거리대학 프로젝트를 언급하면서 밀양소통협력센터의 ‘밀양은대학’ 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게센누마의 관계인구 확산 정책 중 하나인 ‘게센누마 크루’ 카드 발급 사례를 소개했다. 재밌는 사실은 관계인구 정책은 대부분 외부인을 향한 구애 정책으로 펼치는 게 상식인 상황에서 게센누마는 이런 상식을 뒤집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게센누마는 자신의 지역 시민에게 집중한 것이다. 게센누마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게센누마 크루 카드를 발급해 각종 혜택을 주기 시작하자 게센누마를 방문한 여행객이나 방문객 또는 타지인까지 크루 카드 발급을 원했다고 했다. 현재 게센누마 카드는 약 5만 명(게센누마 정주인구는 약 6만 명)이 발급받았다고 한다.

게센누마 크루란 쓰나미 피해를 본 게센누마시 재해복구 과정에서 모든 게센누마 시민은 같은 배를 탄 선원(crew)이란 의미로 만든 일종의 포인트 카드로 관계인구 확산은 물론 지역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응원 인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일본 열도 남단의 작은 도시 게센누마의 로컬브랜딩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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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라씨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가 애초에 로컬벤처협의회 업무를 맡게 된 계기가 궁금해졌다. 기무라씨는 홋카이도 출신으로 삿포로에서 마을만들기 활동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고 한다. 마을방송국 PD, 매체 편집장 등 로컬 저널리스트로 경력을 쌓기 시작했는데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 그의 삶을 흔들어 놓았다. 가만히 앉아서 글을 쓰는 것만으로 과연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회의가 들었다고 한다. 결국 그는 2014년 동일본대지진 재해 복구 현장으로 뛰어든다. 그곳에서 에틱에서 파견한 구호 활동가를 만나 에틱의 활동에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것을 계기로 에틱 같은 NPO에서 일하면 더 체계적으로 활동할 수 있겠다 싶어 에틱에 합류하게 됐다고 한다.

기무라씨는 앞으로 지역 여성 일자리 창출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밀양에서의 환대에 깊은 감동을 받았고, 한국로컬과 일본로컬이 연결되고 있다는 점에 공명했다며 일본으로 돌아가는 길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 히로시마에서 재택근무(에틱의 160여명 전 스탭은 리모트워크)하는 그는 히로시마에서 우리를 기다리겠다며 아쉬움의 발길을 돌렸다.

덧) 기무라씨가 일본으로 돌아가자마자 에틱이 발행하는 웹진 ‘드라이브’에 올린 밀양 컨퍼런스 기사. 인터뷰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밀양소통협력센터가 인터뷰 당한!

‘소멸 위기를 돌파하려는 밀양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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