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29.
연결하는 기획자의 [언]컨퍼런스_듣는연구소 우군(우성희)
지난 11월 11일 토요일, 구)밀양대학교 일원에서 <연결하는 기획자의 [언]컨퍼런스>가 진행됐습니다. 환대하는 로컬 세션에서는 강화도에서 청소년기를 거쳐 협동조합 청풍에서 다양성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는 '성결'님, 밀양에서 나고 자라서 여러 곳을 다니며 여러 지향으로 활동하다가 밀양으로 돌아와 '빛나는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곽빛나'님,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라는 책을 쓰신 옥천의 연구활동가 '한인정'님, 이렇게 세분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이번 세션 모더레이터를 담당했던 듣는연구소의 우군(우성희)을 만나서 현장의 분위기와 소감을 들어봤습니다.
✍️ 연결하는 기획자의 [언]컨퍼런스가 막을 내렸어요. 참석자로 그리고 모더레이터로 참여하고 난 소감이 어떤가요?
환대하는 로컬 세션의 세 분의 발표자들이 서로의 이야기에 매료되었어요. 처음 만나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1인당 약 30분의 발표 시간이면 넉넉할 거로 생각했는데 턱없이 모자랐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발표자들의 눈빛이 초롱초롱 빛났습니다. 이 세분의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었어요. 각자 다른 경로와 이유로 지역에 살고 있고, 자기다운 삶을 살기 위해 계속 성찰하고, 성찰한 대로 실천해서 살아가는 여성들이었습니다. 이분들이 자기다운 삶을 사는 데 지역은 영향을 주었어요. 자기답게 살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지역에서 삶을 선택하였고, 지역에서 살면서 자기다움을 지키는 성찰의 결과 지역을 조금씩 바꾸는 실천을 하였는데 그 실천은 기존에 당연시하는 관습이나 행동과 다른 것이어서 어쩌면 불편하거나 불화하는 면도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걸 발화하고, 실천하는 모습이 그녀들의 삶과 지역 사회를 '그답게' 변화시키는 것 같았어요.
✍️ 각자의 지역에서 자기다움을 지키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여정을 들을 수 있어서 정말 의미 있었던 거 같아요. 다른 데서 흔히 들을 수 없는 이야기잖아요. 발표자 세 분의 조합도 신선했고요! 현장에서도 시간 부족하다고 엄청나게 아쉬워하셨는데, 조금 더 여유가 있었다면 어떤 걸 해보고 싶으셨나요?
시간이 모자라도 너무너무 모자랐죠. 그녀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으려면 하루를 꼬박 써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참여신청서를 보고 기대했는데 세션에 어떤 분들이 참여하셨는지, 왜 이 세션에 오셨는지, 어떤 공감대를 느끼셨는지, 이분들이 현장에서 어떤 경험을 하셨는지 모두 다 들어보고 싶었거든요. 아쉬움이 커요. 그래서 씨캠에 제안해서 (보고 계시죠??) 이 연사 구성 그대로, 당시 참여자들도 초대하고 주제에 공감하는 경남 시민들도 초대해서 1박 2일 동안 대화를 나누는 후속 자리를 만들고 싶습니다ㅎㅎㅎ
✍️ 후속 자리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해당 세션 외에도 컨퍼런스에서 인상 깊었던 점이 있다면요?
'환대'라는 단어가 지역에 있는 주민과 활동가들에게 너무 어렵거나 버겁게 느껴진다는 것이 인상적이고, 공감도 됐어요. 한편으로는 경험을 길어다가 현장에 쓸모 있는 언어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좀 더 쉽고 적확한 표현을 찾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환대'라 하면 누구든지 환영하는 것, 조건을 따지거나 배타적으로 환영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든 자리를 내어주는 개방성과 포용성, 보편성을 뜻하는 개념인데요.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일상에서는 '환대'가 마치 서비스업에서 고객을 모시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해요. 로컬이 마치 관광업의 한 공간처럼 여겨지게 되면, 외부인들과의 관계가 수평적이고 상호적이기보다는 수직적인 관계가 되기 쉽죠. 그래서 환대라는 말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 게 아닐지 추측해 봤어요. 작년에 <시골언니 프로젝트>라는 농촌 여성과 도시 여성의 관계맺음 사업에 대한 연구를 했는데,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제공해 주고, 받기만 하는 관계가 아니라 상호 수평적이고 호혜적인 관계맺음이 깊이 있고 지속되는 관계를 만들더라고요. 지역 간 관계에서 환대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다시금 고민해 보게 되었습니다.
✍️ C.Campus와는 지난 5월 밀양체크인으로 방문한 이래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또 밀양에서 계획 중인 프로젝트가 있나요?
밀양체크인 때 액션리서치에 대해 저희가 공부한 내용이나 방법론, 듣는연구소에서 적용해 봤던 것들을 소개해 드렸는데 전문연구자가 아니신데도 의외로 관심을 많이 갖고 경청을 해주셨어요. 질문도 많이 주시고 이곳에서도 액션리서치를 가지고 협업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며 구상해 보기로 했어요.
✍️ 액션리서치라는 개념이 좀 생소하게 느껴지는데요...
연구는 대부분 어떤 학문적인 필요나 궁금증에 의해서 연구 질문을 세우고 그것을 조사해서 지식을 얻고 기존 연구에 돌을 하나 더 얹는 거잖아요. 그런데 액션리서치라고 하는 실행 연구는 목적 자체가 실질적인 사회문제 해결과 시장의 변화이다 보니 연구와 실천을 한다고 그냥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단단하면서 유용한 지식을 만드는 것을 지향해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외부의 연구진이 있지만, 내부 당사자가 같이 연구 체계 속에서 공동으로 추진 주체가 되어 계속 연구와 실행을 돌려가게 돼요. 외부 연구자와 내부 당사자가 함께 연구의 운전대를 쥐고 동등한 선에서 협력해서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 가는 파트너 역할을 하고 거기서 생산된 지식을 또 사회적으로도 좋은 지식으로 남겨지는 거죠.
현장에 있는 다양한 파트너들이 갖는 어려움이나 잠재적인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함께 ‘협력’해서 연구함으로써 힘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되게 필요하고 좋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 그럼 곧 밀양에서도 액션리서치를 적용해 보는 프로그램을 만나볼 수 있는 건가요?
나와 주변의 삶에 대해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답을 찾아보는 연습을 동료들과 해보는 '탐구학교'가 곧 열릴 예정입니다. 지역의 돌봄, 환경, 청년, 공동체, 활동 등에 관해서 관심 있는 분이라면 신청해 보시기를 권해드려요. 공공데이터 찾아보기, 인터뷰하기, 분석하기 등 간단한 연구 방법들을 배워보기도 하고, 코치들과 함께 팀을 이루어서 관심 주제를 탐구해 보는 실습도 할 거예요. 내년 1~2월에 진행될 예정이고, 곧 12월에 모집이 시작되니 밀양소통협력센터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을 눈여겨 봐주세요!
interviewed by ✍️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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