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31.
씨캠 전격취재 : 내부자들② <루시>
안녕하세요. 내부자들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씨캠의 콘텐츠PD ☕소보로입니다. 내부자들의 두 번째 주인공은 시민협력팀의 루시입니다. 루시는 밀양 살이 3년째로 씨캠의 동료들 중에서 밀양을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한 명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그는 아직 밀양 사람이 되기엔 스스로 부족하다는 말을 자주 했었는데요. 그만큼 밀양을 향한 애정이 깊은 걸 느낄 수 있는 인터뷰였습니다. 동시에 청년 여성으로서 지역에서 살아간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엿볼 수도 있었는데 지역이주를 고려하는 분들에게 많은 참고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편집자 주)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밀양살이 3년 차 청년 김보람입니다. 이 곳에서는 루시라고 불리며 시민협력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간 다양한 밀양 시민을 만나면서 밀양 사람과 밀양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왔는데요. 앞으로 찐 밀양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습니다.
☕밀양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하셨는데 이미 밀양 사람 아닌가요?
💜저는 스스로 밀양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어디 가서도 밀양 사람이라고 말하는데 정작 밀양 원주민이 보기엔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종종 있었던 일인데 제가 밀양분들에게 밀양 청년이라고 소개하면 밀양 사투리도 안 쓰는데 무슨 밀양 사람이냐는 반응이 있어요. 약간 섭섭하죠. 내가 지금 밀양에 3년째 살고 있고, 밀양에 애정이 있는데 말투로 밀양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하니까요. 물론 그분들의 속마음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요.
아무튼 밀양 사람으로 인정받아야겠다는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다행히 센터에서 일하면서 조금씩 밀양인으로서 녹아드는 것 같아요. 다른 한편으로는 저와 같은 이주민을 돕고 싶기도 하고요.
☕그런 고충이 있었군요. 아마 타지역으로 이주한 다른 청년도 비슷한 경험이 있을 듯한데 이 문제는 기회가 되면 별도로 다뤄보고 싶군요. 루시님은 밀양에 온 지 3년 차라고 하셨는데 밀양으로 이주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말 그대로 어쩌다 밀양에 와있더라고요. 큰 포부나 계획 같은 건 없었습니만, 그 당시 다니던 직장을 마무리한 참이라 공부를 더 해볼까 생각했었습니다. 평소 농학과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농업을 공부하고 싶었거든요. 친한 언니가 밀양에 농업 관련 공부를 하러 내려갈 일이 생겼고 그럼 저도 마침 퇴사를 했고 거주가 자유로워졌으니 학업에 도움을 받자 싶어 겸사겸사 따라오게 되었어요. 더구나 저는 지역 이곳저곳에서 살아본 경험이 많아서 이주에 거부감이 없었어요.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기회가 온 거였군요. 밀양에 오시기 전에는 어느 지역에서 지내셨던 거죠?
💜밀양에 오기 전에 살았던 곳은 수원이었습니다. 수원에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그래. 밀양으로 가자!” 하면서 왔습니다.
☕밀양에서 학업은 잘 되고 있어요?
💜네. 방송통신대학교에서 원예, 축산, 농업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농학을 공부하고 있고, 현재 3학년 1학기를 지나고 있어요.
☕지금까지 일과 학업을 병행하고 계셨던 건데 대단하십니다. 앞으로 어떤 분야의 농업에 종사할 계획이신가요?
💜원예치료에 관심이 있어서 재능기부나 보조강사로 다니고는 있기는 하지만 어떤 분야의 농업에 종사를 하겠다 하는 계획은 없어요. F&B에서 마케팅일을 했던 경험이 있다보니 농산품MD들과의 교류가 있었는데 좋은 상품을 판매 해주고 싶어도 농민들을 설득하는게 무척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들을 이어주는 것도 좋을 것 같고, 현재 하고 있는 일과 농업과 연계되는 일이 뭐가 있을까 하는 고민을 계속 하고 있어요. 뚜렷한 목표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길을 찾아보려 해요.!
☕좋네요. 급할 거 없죠. 밀양소통협력센터는 어떤 계기로 합류하게 되셨나요?
💜약간 TMI이긴 한데 밀양으로 이주했을 때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구직활동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일할 만한 곳 찾기가 너무 어려운 거예요. 실업급여는 점점 끝나가는데 말입니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밀양 굴림당 대표로부터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이 들어온 거예요. 굴림당은 만두와 칼국수를 파는 밀양에서 유명한 맛집인데 그곳에서 온라인 판매를 맡았어요. 콘텐츠 제작부터 온라인 마케팅, 상품 관리, 배송까지 모든 일을 처리했어요.
그 일이 계기가 되어 밀양 지역 콘텐츠에 관심이 생겼고, 밀양시에서 주관하는 밀양관광기획자 양성과정을 듣게 됐습니다. 밀양을 좋아하는 데다 기획하는 일도 재밌어 과정을 수료 후 관광두레 PD 모집에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1차는 합격했는데 2차에서 떨어지고 말았어요. 합격자 발표 날 불합격을 확인하고 좀 기운이 빠져있었는데 인스타그램 서치하다가 밀양소통협력센터 동료 모집 공고를 보았고 "동료", "재밌는 일" 이라는 단어가 너무 설레서 바로 지원서 작성을 했어요.
☕그리고 당당히 합격하셨고요. (웃음) 밀양소통협력센터 합류는 루시님에게 또 새로운 전환의 기회인 듯한데요. 합류하신 지는 얼마나 되신 건가요?
💜3월부터 출근했으니까 이제 5개월째네요.
☕초기 멤버시군요. 지내보니 어떠세요? 일이 적성에 맞나요?
💜진짜 너무 재밌어요.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구나! 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신나게 일하고 있습니다.
☕루시님이 행복해 보여서 좋네요. 그런데 그렇게 신나게 일하시면 워라밸이 깨지는 거 아닌가요?
💜그동안 다른 곳에서 일할 때는 일에 지친 삶의 연속이라 워라밸은 제게 무척 중요했어요. 그런데 이곳은 오히려 일하면서 힐링이 된다는 느낌을 받아요.
☕최근 청년의 지역활동이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루시님은 그동안 다양한 지역살이를 경험했는데 혹시 여성으로서 지역살이에 차별을 받았거나 정착하는 데 힘들었던 적은 없으셨나요?
💜차별이라기보다는 편견에 가까운 경우인데요. 제가 지역에서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거나 교육프로그램을 받을 때 항상 듣는 말이 “어디서 왔어요?”가 아니라 “남편은 뭐 하세요?”였습니다. 결혼하지 않았다고 하면 “아니 지금 몇이신데 결혼도 안 하고 이런 데를 와요?”라고 묻습니다. 도시에 살 때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지역에서는 도대체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불편했었어요. 돌이켜 보면 그동안 여성의 지역이주는 남편을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이야기겠죠. 다시 말해 여성 청년을 위한 일자리가 없었다는 말이기도 하고요.
☕밀양소통협력센터가 출범했으니 앞으로 조금씩 바뀌어 나가겠지요. 분위기를 바꿔볼까요. 루시님에게 또 하나 궁금한 게 씨캠의 동료들이 점심때가 되면 오늘 메뉴는 뭐가 좋을지 무조건 루시님에게 물어본다는 거예요. 그건 왜 그런 거죠? (웃음)
💜그건 센터가 꾸려진 초창기에 밀양 사람이 저 말고 많지 않아서 그랬을 겁니다. 저는 이미 3년째 밀양에서 살면서 가봤던 식당 데이터가 있었으니까요. “이 집 맛있어요.” “저 집도 괜찮아요.” 하다가 아예 리스트를 만들었죠. 그걸 동료분이 온라인 지도로 옮겨놨는데 다함께 야금야금 정보를 수집한 덕에 현재 약 120개 정도의 밀양 맛집 스팟이 저장돼있어요.
☕그래도 업무로 바쁜데 자꾸 물어오면 귀찮기도 하고 이제는 좀 알아서 먹으면 안 되겠니? 라는 마음도 들만한데 언제나 기꺼이 알려주는 모습을 보고 감동했습니다.
💜(웃음) 그만큼 제가 많이 먹었으니 많이 알기도 하고 또 알려주는 일이 좋아요.
☕그러면 지금까지 밀양에서 먹은 음식점 중 베스트 3를 꼽자면?
💜1위는 순댓국집 ‘사랑채’, 2위는 대패 삼겹살집 ‘뚱오리’인데 이 집은 곁다리 메뉴 국수가 일품입니다. 우선 양에 놀라고 다음은 맛에 놀랍니다. 앗! 이 집 사장님이 소문내지 말라고 했는데. (웃음) 3위는 밀양시네마 옆 ‘일품어탕’입니다. 원래는 추어탕이나 어탕 같은 거 잘 못 먹었는데 코로나로 격리 중일 때 보양해야 한다면서 누군가 추천을 해줬어요. 그래서 한번 시켜먹었는데 입에 착착 붙더라고요. 일주일 내내 어탕만 배달시켜 먹었습니다.
☕그야말로 소울푸드가 됐군요. 오늘 저녁은 어탕으로 해야겠습니다. 밀양 같은 소도시에서 일하다 보면 대도시에서도 일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은데 루시님은 어떠세요?
💜대도시에서 일할 기회가 생기면 갈 수도 있지만 일단 저는 서울에서 7~8년을 살아봐서 대도시 로망이나 여한은 없어요. 현재는 밀양이 좋아서 계속 밀양에서 지내고 있지만 앞으로 또 어떤 지역에 인연이 생길지는 모르는 일이죠.
☕밀양을 정말 사랑하시는 분이란 게 느껴집니다. 앞으로 루시님의 밀양 맛집 업데이트와 밀양 이야기 기대가 됩니다.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보너스 트랙
- 루시의 MBTI : ESFJ
- 가장 좋아하는 색 : 보라색! 💜
- 최근에 본 드라마 : 이번 생도 잘 부탁해
- 최근에 본 웹툰 : 마루는 강쥐
- 강추 웹툰 : 내일
📢 루시의 사적인 홍보 🌈
회사 일, 집안일, 학기 중에는 과제와 시험공부를 하느라 바쁜 일상이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것, 덕질은 해보고 바쁘자 싶어서 소소한 모임을 함께 할 동료를 모으고 있어요! 제가 보라색에 빠진 것처럼 한 가지 색에 빠진 사람들이 저 말고도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하고 그런 사람들을 모아서 밀양에 무지개를 띄우고 싶어요. 좋아하는 색깔이 있는 사람, 밀양에 살지 않더라도 밀양을 오가는 관계 인구, 사진과 글을 기록하고 싶은 사람, 밀양을 좋아하는 사람, 새로운 관계와 이야기에 목이 마른 사람이면 손 들어주세요. 다가가는 건 제가 하겠습니다! 현재 빨강, 주황, 노랑, 파랑, 남색 이렇게 찾고 있어요! 인스타그램 @Mirrrrrrrainbow로 DM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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